지난 주 어느 평일이었다.
그날은 하루 종일 제안서를 붙잡고 있었다.
행사 제안서를 작성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제안서는 단순히 문서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기획하고,
정리하고,
문장을 다듬고,
디자인을 맞추고,
빠진 내용은 없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특히 제출일이 다가오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도
일이 끝난 것 같지가 않다.
오늘은 밥하기 싫다
그날도 그랬다.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머릿속은 여전히 제안서 생각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하나였다.
'오늘 저녁은 정말 하기 싫다.'
사실 우리 집은 반찬을 여러 가지 만들어 놓고 먹는 집이 아니다.
아이들도 반찬을 잘 먹지 않고,
나 역시 음식을 크게 가리지 않는 편이라
대부분 그날그날 먹을 메뉴를 정해서 준비한다.
그런데 그날은 그것조차 하기 싫을 만큼 지쳐 있었다.
메뉴를 고민하는 것조차 귀찮게 느껴졌다.
그때 신랑이 먼저 말했다.
"오늘은 나가서 먹자."
그 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아이들 생각하면 집에서 먹는게 편하지만
준비하고 먹고 치울 생각을 하니 아찔해서
바로 찬성했다.

평일 저녁인데도 빈자리가 없다
그렇게 향한 곳은 집 근처 냉동삼겹살집이었다.
사실 우리 가족이 종종 찾는 곳이다.
처음에는 집에서 가까워서 방문했는데,
이제는 일부러 찾아가는 곳이 되었다.
도착해 보니 역시나 사람이 많았다.
평일 저녁인데도 거의 만석.
몇 번을 와도 신기하다.
주말도 아닌데 늘 북적거린다.
아마도 이유는 고기 질이 좋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많이 찾는 것 같다.
동네 주민들이 꾸준히 찾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맛보다 더 좋았던 건
고기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회사 이야기를 했다.
제안서 이야기,
행사 이야기,
요즘 정신없는 일정 이야기.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하루 종일 머리를 짓누르던 피로가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면
좋은 식당이라는 건 단순히 맛있는 곳만은 아닌 것 같다.
가족들과 편하게 앉아
하루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곳.
우리 가족에게는 이 삼겹살집이 그런 곳인 것 같다.


결국 또 생각나는 곳
맛있는 식당은 많다.
하지만 힘든 날 생각나는 식당은 따로 있다.
나랑 신랑에게는 아마 이곳이 그런 곳인 것 같다.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
아이들과 부담없이 갈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언제 가도 만족스러운 삼겹살.
그래서인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저녁 메뉴 후보 1순위는 여전히 이곳이다.
아마 조만간 또 가게 되지 않을까 ㅎ
🌱 오늘의 기록 🌱
여러 업무로 지쳐 있던 하루였지만, 맛있는 삼겹살 한 끼에 조금은 힘을 얻었따.
가족들과 함께한 평범한 저녁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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